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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3분 코치
직장인의 이직타이밍
작성자: 조환묵 | 작성일자: 2026-09-21 | 조회수: 32“박수칠 때 떠나라”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정상의 자리에서 은퇴를 선언할 때 흔히 쓰이는 말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정점의 순간을 기억에 남기라는 뜻이죠.
이 말은 직장인에게도 적용될까요?
역설적으로 현실의 직장인은 박수가 쏟아질 때 떠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일이 잘 풀리고 조직 내에서 입지가 탄탄하며 연봉과 대우가 만족스러울 때 이직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이렇게 인정받고 있는데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해?"라며 안주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안도감이 커리어의 가장 위험한 덫이 될 수 있습니다.
후보자와 이직 상담을 하다 보면 잘 나갈 때 옮기지 못하고 하락할 때 허둥대는 사례와 종종 마주합니다.
중견기업 입사 13년 차인 A 후보자는 탁월한 성과를 낸 덕분에 마침내 마케팅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매년 최고 등급의 인사평가를 받았고, 회사도 그를 핵심 인재로 대우했습니다.
문제는 3년 뒤에 찾아왔습니다. 사업이 하향세를 그리면서 사업부가 축소되었습니다.
조직 개편에 따라 A 후보자는 신사업팀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케팅 업무가 적성에 잘 맞았고 전문성을 계속 살리고 싶어 뒤늦게 이직 시장에 나섰습니다.
헤드헌터는 그의 과거 성과보다 왜 지금 옮기려 하는지를 먼저 물었습니다.
이직 타이밍을 놓쳐버린 아쉬움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현 직장에서 잘 나가는 직장인은 언제 움직이는 것이 좋을까요?
영국의 세계적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는 그의 책 『텅 빈 레인코트』에서
'S자 곡선(시그모이드 곡선, Sigmoid Curve)'을 통해 이상적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찰스 핸디의 S자 곡선>
그는 모든 조직과 개인의 성장은 완만한 상승 이후 정점을 지나 다시 하강하는 S자 형태의 곡선을 그린다고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학습하고 적응하느라 잠시 정체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하는 구간을 거치고,
그 다음 가파른 성장기를 지나 정점에 이르며, 최고점을 지나면 서서히 쇠퇴기로 접어든다는 것입니다.
찰스 핸디가 강조하는 핵심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하나의 곡선이 꺾이기 시작한 뒤에 새로운 곡선을 시작하면 늦다고 지적합니다.
두 번째 곡선은 첫 번째 곡선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을 때, 즉 열정과 자신감이 충분할 때 미리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직장인의 커리어 경로에 대입하면 결론은 분명해집니다.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자신의 성장 곡선이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 순간이
두 번째 곡선, 즉 새 회사나 새 분야로 옮겨갈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잘 나갈 때는 이력서에 적을 성과가 많고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만큼 몸값이 올라갑니다.
반면 S 자 곡선에서 하락이 시작된 뒤에는 협상력과 자신감,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결국 이직의 최적 타이밍은 역설적으로 커리어가 가장 잘 풀리고 있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직장인이 달콤한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일이 현실에서 쉬울까요?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잘 나가는 직장인이 새로운 도전에 선뜻 나서기 힘든 이유는 단순히 용기와 결단력이 부족해서만은 아닙니다.
왜 어려울까요? 무엇 때문일까요?
조직 내에서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무능력함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피터의 원리(The Peter Principle)라고 합니다.
회사의 승진 체계는 뒤집어 말하면 자기가 잘하던 일에서 못하는 일로 옮겨 가는 과정입니다.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지만 새 지위에 오르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업무를 새로 시작해야 합니다.
기존 일을 잘할만하면 새 업무를 맡게 되어 일의 능률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승진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조직의 높은 자리가 무능력한 사람으로 채워지게 된다는 원리입니다.
피터의 원리와 찰스 핸디의 S자 곡선이 추구하는 방향은 극과 극입니다.
피터의 원리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멈춰야 할 곳을 깨닫고 욕망의 끈을 제때 놓을 수 있는 현명함과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공교롭게도 찰스 핸디의 두 번째 성장 곡선을 시작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줍니다.
어쩌면 박수칠 때 떠날 수 없는 것이 직장인의 운명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기 전에 다음을 준비하는 사람만이 커리어 성장을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습니다.